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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94

비극을 하는 이유 지금 여기, 슬픈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은 그 속에 묻혀 있는 희망을 찾아내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바로 비극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이자 비극의 참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시대가 자신의 삶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렵고 힘들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한 편의 연극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가할 순 없다. 단지 희망을 통해 비젼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그 희망은 우리의 연극을 규정짓는 그 무엇이며 보는 이들의 마음 속에 생성되어야 할 것이다. 비극을 통해서 진실한 인간들의 슬픈 내면과 만나게 된다면 그래서 각자의 일상에 조그마한 이미지로 남아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 연극이란 때론 기억의 기억을 더듬으며 모든 더러운 것들을 소각시키려는 행위, 즉 깨끗해지려는.. 2010. 3. 31.
무식자(無識者)의 슬픔 떨어지는 눈물은 곧 슬픔이니 슬픔의 바다가 출렁인다. 눈물은 없음(無)에서 비롯되니 오, 무식자(無識者)의 눈물이여! 무식자(無識者)의 슬픔이여! 바다 속에 몸을 던져 너의 육체를 깨끗이 하고 눈물로 시(詩)를 쓰라. 2010. 3. 20.
NK 1.해킹(1) 2014년. 서울. 어둠 속에 엉겨있는 희뿌연 스모그 사이로 육중한 빌딩들이 불빛을 깜박이며 외로운 등대처럼 서있었다. “타타타닥” 멀리서부터 빌딩들 사이를 뚫고 경찰 헬리콥터가 서서히 가까워 오더니 시청 앞 상공을 선회했다. 먹이를 노리는 흰머리 독수리의 눈빛처럼 헬리콥터의 탐색등은 푸른 불빛을 번쩍이며 창공의 어둠을 갈랐다. 성난 군중들이 시청 앞 광장을 꽉 메웠다. 용산역에서 시작된 시위대는 가두행진을 할수록 그 수가 점점 불어나서 시청 앞에 이르자 몇 만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나이 어린 학생들부터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가 뒤엉켜 있었다. 여기저기서 정권 퇴진을 외치는 구호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고 다들 ‘KSI 정권 퇴진’이라고 쓰여진 피켓을 높이 치켜 들었다. 6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 2010. 2. 22.
출구없는 방, 벽 받아라, 내 피. 내 속에 흐르는 피, 내 발에 흐르는 피. 받아라, 먹고 자라라. 내 육체의 모든 피를 빨아 들여라. 자, 받아라. 모든 내 생명, 피, 피, 피. 두개골 사이로 흐르는 피, 정맥 동맥 할 것없이 전신에 흐르는 피를 받아라. 이건 시극이 아니다. 바로 지금 이 현실 위에서 날 주시하고 있는 당신과 당신들을 앞에 두고 있는 나와 조금은 과장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제스츄어로서 아주 평범한 어찌보면 안일한 패러독스로서 시험삼아 나와 당신, 그리고 그 이상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벽을 깨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지금 연극을 한다기 보다는 존재하고 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단지 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노랑색, 파랑 색, 빨강 색 페인트.. 2010. 1. 10.
생의 마감 상황 얼어붙은 나무, 게다가 쓰러져 있다 그 곁을 지나다 잠시 쉬면서 온 몸의 긴장을 괴로워한다 왜 너는 거기에 쓰러져 있느냐 나의 마음을 도려내느냐 무엇을 상징함이더냐 생명이 있느냐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쓰려져 있다 그리고 그 곁을 지나는 모든 기계들은 괴로워한다 I AM A TREE. 언제인지 모르겠다 어떤 힘인지 모르겠다 별안간 쓰러졌다, 그리고 많은 기계들이 지나가면서 쏘아 보았다 무리들 중 한 둘은 생각할 것이다, 쓰러지기 이전의 모습을 그리고 자랑스레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확인 산다는 것은 투쟁, 시간과의 투쟁이다 순간과의 싸움이다 얼마나 단순한가? 긴 시간이 지나도 이처럼 산다는 것은 단순한 것이다 복귀 잠시라도 존재를 잊는다면 사고는 정적의 호수로 빠져든다 호수를 좋아하.. 2009. 12. 23.
배우의 단상(短想) 즉흥극 '배우의 단상(短想)" - 극장은 텅비어 있다. 극에 관한 어떠한 것도 알 수 없게끔 아무런 장치도 설명도 없다. - 단지 관객용 접이 의자만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 뿐이다. - 이제 여러 명의 배우들이 등장해서 제각기 자리를 잡고 자신의 구역을 표시한다. - 자신만의 구역을 정한 배우는 표현을 위한 무대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 배우는 어떠한 재료도 선택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배우에 의해 선택된 재료는 배우의 표현을 위해 신중히 고려되어 있어야 하겠다. - 서로 주고 받는 일상적인 대화들, 관객 또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 극의 시작을 알리는 연출의 지시에 따라 배우들이 준비를 한다. - 그러나 상황에 따라 어느 배우는 연출의 지시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와 관객의.. 2009. 12. 16.
연극이란 무엇인가2 먼저 연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전에 한 편의 연극이 기획, 공연되어 최종적으로 결산될 때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연극 제작 과정을 통해 과연 연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거꾸로 추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이 글은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각자의 상황과 이념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연극의 제작 과정 1. 구상 어떤 일이든지 초기 구상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연극 제작도 다를바 없다. 구상 작업은 어떤 작품을 공연할 것인지 기획하는 과정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공연의 성격을 정하는 과정이다. 주로 연극의 제작자나 연출가, 또는 기획자에 의해 구상이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주로 연출가에 의해 작품이 결정되고 기획되.. 2009. 12. 12.
연출가의 사명 한 장의 그림에서, 혹은 한 편의 시, 또는 하나의 조각품을 대하였을 때 어떤 예술가는 그 대상물을 그 자체, 즉 하나의 그림으로서 시로서 조각품으로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반면 어떤 예술가는 장르를 초월하여 자기 예술의 세계로 그것들을 끌어 당긴다. 즉, 피카소의 그림에서 보들레르의 시에서 로댕의 작품에서 극적 상상력이 솟아 오르는 것이다. 연출가는 모든 존재로부터 극적 이미지를 창출해 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연출가는 그것으로부터 이미지를 끌어내어 형상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관계의 역학을 꿰뚫어 그것들의 의미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마구잡이 식으로 어떠한 것들을 극적으로 형상화 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연출가는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선택하여.. 2009. 12. 11.
기다림은 곧 찾아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뭔지 모를 삶에 대해, 그리고 '자기'라고 하는 미완성의 존재에 대해 의문하고 해답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어디론가 나아가고 - 멈추는 일 없이 - 있고 그곳이 어디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의 시각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다림은 곧 찾아감이다. 자기가 나아가야 할 곳을 향한 되물음이고 확인작업이며 방향모색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림과 그렇지 않은 우리 자신, 혹은 주위 환경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특정한 공간과 시간의 무대 위에 펼쳐 놓음으로서 기다림의 미학을 형성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기다림의 문제를 의식의 전면에 부상시킴으로써 기다림을 느끼고, 그러한 느낌이 반문하고 확인하고 각성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 2009. 12. 11.
<고도를 기다리며> 해석 두 부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 둘은 끊임없이 ‘기다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럭키와 포조는 고도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억압과 피억압만의 관계가 존재할 뿐이다. 럭키와 포조는 현실, 그 자체이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앞에 고도는 나타나지 않고 ‘럭키와 포조’(현실)가 나타난다. 희망을 가지지 않은 럭키와 포조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있어서 불안과 공포, 비합리로 휩싸인 세계의 모습, 그 자체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럭키와 포조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있어 절망적인 세계의 모습,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럭키와 포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도를 기다린다. 결국 그들에게 나타나는 것은 고도의 전령인 소년 뿐이다. 소년.. 2009.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