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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대본

배우의 단상(短想)

by Park, Hongjin 2009. 12. 16.

즉흥극 '배우의 단상(短想)"

- 극장은 텅비어 있다. 극에 관한 어떠한 것도 알 수 없게끔 아무런 장치도 설명도 없다.
- 단지 관객용 접이 의자만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 뿐이다.
- 이제 여러 명의 배우들이 등장해서 제각기 자리를 잡고 자신의 구역을 표시한다.
- 자신만의 구역을 정한 배우는 표현을 위한 무대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 배우는 어떠한 재료도 선택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배우에 의해 선택된 재료는 배우의 표현을 위해 신중히 고려되어 있어야 하겠다.
- 서로 주고 받는 일상적인 대화들, 관객 또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 극의 시작을 알리는 연출의 지시에 따라 배우들이 준비를 한다.
- 그러나 상황에 따라 어느 배우는 연출의 지시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배우와 관객의 대화가 마무리 되어 있지 않을 경우 배우는 나름대로 관객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절대 배우는 관객에게 질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관객의 느낌을 사전에 유도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극이 시작된다. 한 배우에게 있어서 '꿈'은 다른 배우에게 있어 '상상'이며 동시에 또 다른 배우에게 있어서는 '풍경'이며 또 다른 배우에게 있어선 '실존'이다.

1장. 풍경
어린 시절의 잊지 못할 기억들, 거리 풍경, 여행 중 인상 깊은 풍경, 사회적 풍경들...

2장. 꿈
악몽. 반영으로서의 꿈-예시적 꿈, 경험적인 꿈의 영상, 꿈 속의 의문, 컬러와 흑백, 행위의 불투명함...

3장. 실존
지금 여기 사회 속의 나, 감옥, 그로부터 연상되는 우리 존재의 확인 작업, 죽음과 살아있음, 궁핍, 가난...

4장. 상상
비젼, 희망,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 몽상, 착각, 숙명적 상상력, 상상의 허무와 실제...

- 이러한 것들이 각각의 장면을 구성한다.
- 여기에 개인적 삶의 특수성이나 예외성이 얼마든지 포함될 수 있겠다. 물론 그러한 포함은 작업 방식의 문제로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실천 작업 중에 논의되어 져야 하겠다. 여기서는 다만 가능성의 문을 열어 두기만 하자.
- 배우의 단상(短想)이 구현되면 연출은 각각의 단상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 눈치 빠른 관객은 의문을 가지리라. 혹은 극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할런지도 모른다.
-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의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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