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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연출가의 사명

by Park, Hongjin 2009. 12. 11.
한 장의 그림에서, 혹은 한 편의 시, 또는 하나의 조각품을 대하였을 때 어떤 예술가는 그 대상물을 그 자체, 즉 하나의 그림으로서 시로서 조각품으로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반면 어떤 예술가는 장르를 초월하여 자기 예술의 세계로 그것들을 끌어 당긴다. 즉, 피카소의 그림에서 보들레르의 시에서 로댕의 작품에서 극적 상상력이 솟아 오르는 것이다.

연출가는 모든 존재로부터 극적 이미지를 창출해 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연출가는 그것으로부터 이미지를 끌어내어 형상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관계의 역학을 꿰뚫어 그것들의 의미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마구잡이 식으로 어떠한 것들을 극적으로 형상화 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연출가는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선택하여야 한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연출가는 재료를 선별하여 택할 수 있는 것이다. 관객이 무엇을 요구하던지 연출가는 자기의 맛과 향을 찾을 자유가 있는 것이다.

오브제의 선택이야말로 연출가의 권리이자 사명이다. 이 점은 단지 연극 연출가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술가에게 적용되는 문제이다. 무엇을 선택하던지 그것은 연출가의 고민거리이겠지만 그것이 시대와 사회와 그것을 둘러싼 동시대인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관계의 끈이 엮어지지 않는다면 연출가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럼 과연 연출가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그의 핵심문제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연출가를 통속적 차원으로 논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랑이니 혹은 일상적 삶의 태도라든지 하는 따위의 본질 운운은 우리를 예술의 중심으로 이끄는 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나는 연출가의 선택이 근원적으로 기대고 있어야 할 문제가 바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길! 길은 법이다. 사는 법, 살아나는 법, 살아 가는 법. 연출가는 길을 닦아야만 한다. 사람이 나아가야 할 길, 스스로 걸어야만 될 길, 걸어야 할 길, 그 길을 닦고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길을 닦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연출가는 매일 매일 깨우침의 존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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