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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연극이란 무엇인가2

by towha 2009. 12. 12.

먼저 연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전에 한 편의 연극이 기획, 공연되어 최종적으로 결산될 때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인 연극 제작 과정을 통해 과연 연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거꾸로 추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이 글은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각자의 상황과 이념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연극의 제작 과정

1. 구상

어떤 일이든지 초기 구상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연극 제작도 다를바 없다. 구상 작업은 어떤 작품을 공연할 것인지 기획하는 과정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공연의 성격을 정하는 과정이다. 주로 연극의 제작자나 연출가, 또는 기획자에 의해 구상이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주로 연출가에 의해 작품이 결정되고 기획되었지만 요즘은 제작자나 기획자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제작자는 말 그대로 연극을 제작하는 사람,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보통 자본을 투자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연출가가 작품을 구상하여 제작자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연극 제작 전반에 걸쳐 제작자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심지어 제작자가 직접 연출을 도맡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겨나는데 많은 경우 연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제작자들이 무분별하게 연출을 하게 되면 기존 작품의 연출선을 베끼는 수준의 작품 밖에는 만들어내기 힘들다. 누구든지 연출을 하게 될 경우 나름대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구상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작품을 공연할 것인가’, ‘왜 공연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신념이다. 즉, 공연에 대한 당위성이다. 이것이 바로 공연의 기획의도와 직결되는 것이다. 우연히 손에 잡힌 희곡이나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를 무작정 공연하는 것은 진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시대를 읽고 줄곧 고민해 온 문제의식을 공연 속에 담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 공연이 난무한다 할지라도 쌓이고 쌓여서 표출되는 즉흥은 그 자체의 표현 양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즉흥 공연과는 차별된다. 50, 60년대부터 등장한 즉흥 해프닝이나 퍼포먼스 같은 경우, 더 멀리는 15세기의 코메디아 델 아르떼 같은 공연들은 새로운 표현 양식을 찾기 위한 즉흥 공연의 선구적 활동이었다.

누군가(연출가, 제작자, 기획자, 혹은 배우나 다른 어떤 스탭 등등)에 의해 작품에 대한 구상이 끝나게 되면 곧바로 계획안이 작성된다. 제작진 구성 및 연습 스케줄, 공연 스케줄, 공연 장소, 홍보 및 마케팅 계획 등 한 편의 연극이 공연되기 까지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된 기획안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2. 제작진 구성

연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작진은 크게 스탭과 배우로 나눌 수 있다. 스탭으로는 연출부(연출, 조연출, 무대감독), 조명디자이너, 무대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음악감독, 음향감독, 소품제작자, 분장사 등이다. 기타 연극에 특수한 효과가 필요한 경우 영상 디자이너나 특수효과 스탭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스탭은 연출이나 작가, 혹은 제작자의 인맥에 의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 되는 배우의 경우와는 달리 스탭의 경우 오디션 과정없이 항상 같이 공연했던 사람들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의 경우 작품의 등장인물에 따른 캐스팅 과정이 필요한데 기성 배우들 중에 캐스팅 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요즘같이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 주로 오디션을 거쳐 다양한 소속의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공연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90년대까지는 주로 극단의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소화해 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소속이 다른 극단원, 또는 무소속의 프리랜서 배우들이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캐스팅 되는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제작진 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즉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팀웍을 말한다. 공동의 동일한 인식이야말로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본 분석, 읽기(reading)

캐스팅이 완료되고 공연 연습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대본 읽기에 들어간다. 대본 읽기 과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대본의 완벽한 분석이다. 대본 분석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다음에 비로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창조적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대본 분석은 철학적 배경, 시간(시대)적 배경, 공간(사회)적 배경, 작가 연구, 캐릭터 분석 등인데 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큰 선-관통선-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흔히 대본 읽기 과정에서 위와 같은 분석 과정을 생략하고 배우들의 테크니컬한 대본 읽기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깊이 있는 표현에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현대의 많은 연출가들은 대본 읽기 과정을 생략하고 대본 분석 후 바로 블로킹(동작선 긋기)에 들어가기도 한다. 리딩은 어차피 블로킹 과정에서 많은 부분 변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블로킹과 리딩을 동시에 연습하는 것이다.

대본 읽기에서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은 띄워 읽기, 액센트, 발음, 템포 등인데 이런 요소들을 잘 소화해 내기 위해 보통 화술(話術)이라고 알려진 여러 메소드가 이용된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런 메소드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분위기, 즉 감(感)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본 읽기 과정은 많게는 한 달, 또는 보름, 짧게는 열흘, 앞서 말한 것처럼 대본 읽기 과정을 생략하고 블로킹에 바로 들어가는 경우로 나뉜다. 어떤 경우든지 대본 읽기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작가 자신 조차 의도치 않았던 상징과 암시, 은유를 발견해 내는 일이다. 또한 각 역할별로 성격(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대사와 지문을 분석하고 연구하여야 한다. 완벽한 대본의 분석 없이는 절대 새로운 창조적 실험이 이루어 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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