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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관통선(through line)

by Park, Hongjin 2009. 9. 29.
작가나 연출가가 직접 제작까지 하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는 작품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다.
반면 흥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게 되다보니 무조건 재미 위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주위의 절친한 연극인 한 명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무조건 웃기게 가야지. 웃기고 봐야돼!"

그래서 나도 맞장구를 쳐줬다.
"당근이지."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말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웃기지마!' 그랬어야 하는데...

'재미'라는 것이 차츰 웃겨야된다는 말로 인식되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이론적으로 아주 쉽게 판단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현장에서는 때론 무참히 짓밟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런 사사로운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생각을 낭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든 예술작품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어떻게 재미있느냐가 문제인데 항상...
어떤 이에게는 현실의 고단한 모습이 어떤 이에게 있어선 우스꽝스러운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과율에 따른 논리정연한 극적 전개도 좋지만 무의식적인 흐름에 따라 마구 풀어 헤친 부조리함도 괜찮고 또 설익은 공상도 때론 창조적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관통선이라고 생각한다.

관! 통! 선! (through line)

난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즐겨 사용하고 사랑하기까지 한다. 발음하기도 편하고 파워풀한 느낌이 왠지 흥분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난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러시아의 유명한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슬라브스키라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말이기는 하지만 마치 나의 내면에서 스르르 나온 말 같다. 그쯤되면 이 말이 내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지 그 작품을 관통하는 선이 있는데 그 자체의 논리적 선이면 절대 끊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튼튼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인도할 것이다.

인생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나름대로의 관통선을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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