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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연출가의 연극

by Park, Hongjin 2009. 9. 28.


연출가의 연극


(The Director's Theatre)

박 홍 진

 

1.서 론

연극은 여러 요소들의 종합적 유기체로서의 통합된 예술로써 어느 일부분의 단일한 기능강화만으로 완결된 구조를 이룰 수 없는 매우 포괄적이며 특수한 예술쟝르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연극에 있어 연출가의 존재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19세기말 근대적 의미의 연출가가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수많은 연출가들은 연극예술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그곳에 '통일성'이라는 휘호를 장식해 오고 있다.이제 연극은 연출가의 손아귀에 쥐여 있는 근사하고 매력적인 오브제1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출가의 연극'은 연극예술을 한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려는 사람들의 당연한 귀결이며 보다 조화된 연극으로 관객과 조우하려는 염원의 발현인 것이다.따라서 본 고()에서는 연극에 있어서의 연출가의 기능에 관하여 살펴 봄으로해서 '연출가의 연극'에 관한 논의를 개진시키고자 한다.

 

2.연출가의 정체

아누이의 가장 뛰어난 희곡작품중의 하나인 "투우사의 왈츠"가 파리에서 공연되었을 때 그것은 실패하였다.아누이가 직접 연출을 했던 것이다.반면에 두 명의 다른 연출가가 같은 작품을 런던과 뉴욕에서 공연했을 때 그것들은 성공하였다.이러한 실패와 성공의 차이는 단순히 아누이와 두 명의 다른 연출가 사이의 연출력의 차이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문학의 한 형식으로서의 희곡과 공연을 위한 텍스트로서의 희곡에 대한 개념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실제적으로 일어나는 행위의 장()인 공연은 그러한 공연의 제작과정 전체로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져 마침내 성공적인 연극이 되는 것이다.문학의 한 형식으로서의 희곡 그 자체는 연극이 아니다.단지 연극을 위한 준비사항에 다름아니다.아누이의 실패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극작가로서의 희곡에 대한 믿음! 연출가라는 존재의 중요성은 명료하게 떠오른다.그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연극적 용어의 애매모호함에 대항하여 연극제작의 실제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현상을 들이민다.() 희곡의 질을 변경시키거나 향상시키는 특별한 환경의 이해에 따른 연극용어의 개념정립이 바로 그것이다.이러한 것을 토대로 연출가는 문학에 움직이는 형식을 부여하며 희곡은 비로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위치를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연극배우는 하나 둘 씩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병폐인 인간의 상품화에 백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그는 그의 상품가치가 감소되는 것을 두려워 하여 상업극의 제일 좋은 역을 구하려고 한다.그는 자기 몸의 연구와 연기에 대한 뚜렷한 대안없이 수완좋은 배우가 되려고 한다.이러한 상황이 만드는 최악의 영향은 배우 그 자신에게서 그리고 그의 직업에서의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것이다.이런 불미한 조건에서 배우의 신념을 격려하고 그에게서 영감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그를 억압하고 있는 모든 부정적 요소의 제거를 담당하는 마술사는 물신으로서의 맹종적 대상이 아니라 감응의 협력자로서의 믿음과 기도의 대상이 되는 연출가이다.마이어홀드의 생각처럼 빈약한 대본으로도 감응하는 배우와 협력하여 연출가는 살아 있는 연극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이 때, 연출가는 배우가 그의 잠재적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환경을 조성해 주어야하며 자신은 교육자로서 연기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변용의 힘을 내부에 심어 주어야 한다.마찬가지로 배우도 역시 연출가에게 공헌하고 부분적으로는 연출가를-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연출적 시각-만들어야 한다.배우의 상상력과 무한한 확장성은 연출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감각에 대한 탐구와 그것의 구체적 실현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물론 배우는 연출가로부터 그러한 역작용에 대한 준거를 제공받아야 한다.연출가는 배우를 엑스타시(ecstasy) 상태로 인도하여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러한 점이 시장에 내다 파는 무우와 배우의 차이점이자 현실을 가장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일 것이다."연극예술은 연기의 예술이다"라는 그랜빌-바커의 단언은 이제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왜냐하면 똑같은 의미로 "연극예술은 연출의 예술이다"라고 말할수 있기 때문이다.

 

3. 전체적 이미지(2)로서의 연출가

앞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극예술은 어느 한 요소의 독단적 기관으로서 이해될 수 없으며 잠깐 둘러 보아도 무대디자인,조명,음악,의상,효과 등과 같이 실로 광범위한 기타 제요소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되었을 때 그 이상(理想)이 실현되는 것이다.그렇다면 이러한 제요소들의 보다 원활한 소통과 결합을 위해서는 각 매체의 특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창조적 예술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스 시인은 무용수들과 함께 시적 송가(頌歌)를 연습했었으며,그들을 위해 시대의상이나 무대규칙 등을 창조하였다.중세의 감독관은 무대를 세우고 음악을 준비하였으며 원본을 다듬었다.엘리자베쓰 시대에는 그러한 임무를 극작가가 담당하였다.셰익스피어는 그의 위대한 희곡 각각에 제작자의 계획을 부여해 놓았다.몰리에르는 배우를 설득하고 인물을 분석하며 연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그러나 그 누구도 크레이그가 열망한 '연극예술가'의 이상형을 상징하지는 않는다.그리스 시인은 그의 제작자들에 의존하였고 감독관은 무거운 벌금을 과함으로써 아마츄어 배우들의 매니저와 싸웠다.엘리자베쓰 시대의 극작가는 가끔 자신의 직업이 악화됨을 느꼈다.

새로운 연출가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연극의 포괄적인 조화와 통일성의 단서는 독재지배의 단순한 결과나 어떤 특수한 극적 수단에도 없으며,연출가가 가끔 정체된 연극계에 제공하는 묘책에도 없음을 깨닫기 시작했다.이제 그의 기본개념은 종합과 해석의 원리를 통일함에 의해서 단편적 사회 현실에 부재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3

전체적 이미지로서의 연출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슈퍼맨이다.연극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매체는 이미지로 화()하여 라인을 형성하고 그러한 이미지의 라인은 연출가의 관통선이 되는 것이다.연출가를 정신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의 양쪽에서 꿰뚫어 연출가가 곧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이러함으로써 연출가는 요소 하나하나에 합당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것들은 마침내 연출가의 내부에서 전체로서 하나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따라서 연출가는 문학,연기뿐만이 아니라 시각예술,음악,무대기술,의상 그 외 관련성 있는 모든 요소들에 관하여 연구하고 심층적으 로 파고 들어가 그러한 요소들이 지닌 무기로서의 특질을 발견하고 가시화해야 한다.그럴때 만이 연출가가 연극예술의 실제 공연에서 작품의 실체를 구현하는 것이 된다.그리고 조직자이면서 교사,정치가이면서 기술자 즉 창조적 존재의 대열에 올라 서게 되는 것이다.

 

4.결 론

이상과 같이 간략히 논의한 바에 의하면 연출가의 기능이 사회적 요건에 의해서건 그 시대 그 사회의 생활정신에 근거하건 "연출가의 연극"은 연극에 있어서 연출가라는 사람의 필요성에 따른 자연적 산물이며 연극예술의 제요소들을 점점 도시화.산업화되어 가는 기계적 패턴의 순환양상에서 차별화하지 않으려는 역사적 과정인 것이다.다시말해서 연극이라는 천재의 자기확인의 길인 것이다.

"연출가의 연극"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연출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떠해야 하며 연극에서 어떠한 기능을 담당하는지 그러한 논의는 끝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연출가가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확신을 불어 넣어야 하고 결국 위대한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연출가의 소임일 것이다.

Peter Brook  / 출처 : Trustees of the National Heritage Memorial Fund

 

주석
1.예술가들이 작품의 효과를 위해 넣는 여러가지 물체
2.'Ways of Seeing'의 뜻으로 사용하였음
3."Directors on Directing" by Helen Krich Chinoy 의 The Emergence of the Director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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