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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이미지로부터의 메시지

by Park, Hongjin 2009. 9. 28.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극 ③


이미지로부터의 메시지

박 홍 진


  '매체가 곧 메세지다'라고 한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 의 말에 난 전적으로 동의한다. 왜냐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와 상대적 관점의 포괄적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내용과 형식의 분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분류는 더 이상 메세지의 진보적 주장이나 매체의 약진을 기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을 뿐이다. 현대적 의미의 내용과 형식의 문제는 이미 오래된 구시대의 낡은 토론이 되어버린 듯하다. 포스트 모던 이후의 현시대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내용과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의 급격한 변신과 확장의 문제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극에 있어서의 이미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는 보통 연극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 주려고 한다. 또한 그 보여 주려는 것을 통해 뭔가 의미있는 주제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때 대개는 자신 또는 단체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여 연극의 재료들을 가공하고 조합하여 각기 나름대로의 의미소로 재구성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주관적 판단의 가설화假說化이다. 연극에 있어서의 이미지의 기준적 명제는 '개인적 판단이나 시각에 의해서 왜곡되지 않고 지각되지 않은 인상'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지란 존재, 그 자체를 그 자체로서 단지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 혹은 사건에 대한 개인적 판단에 기초한 지각된 인상­가설화­은 이미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억압된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 그 자체를 연극이라는 약속된 행위의 내부로 불러 들이는 것은 객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인정인 것이다. 즉 최선의 바라봄은 각 존재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믿음은 곧 하나의 체감덩어리로서 연극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결국 이미지란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고물로서의 대상이 하나의 연극적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대상의 역사적 위치와 공간점유의 형식이 구체적 이미지의 형태로 드러나야 한다. 다시말하면 대상 자체의 완전한 동격의 이미지가 극적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지가 표출하고 있는 전체적 모습에서 메세지의 다양한 형태가 벌거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이미지가 곧 메세지다.'사람들의 일상이나 삶의 반복적 문구 또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경험적 토대위에 구축된 모든 극적 사건은 뚜렷한 방향전환으로부터 메세지의 선명성을 획득하게 된다. 오감과 거기에 덧붙여 야기되는 지적, 뇌세포적 지감知感과 더불어 내부로 받아 들이는 현상의 이미지화가 바로 존재에서 구체적 메세지로의 이행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현대적 의미의 주제의식이라던가 예술에 있어서의 내용과 형식의 문제는 더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양식적 형태에 다름 아닌 것이다. 연극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무한히 다양하다. 환상의 세계, 교육의 세계, 혁명의 세계, 신의 세계, 실제의 리허설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극이 만들어 내는 세계가 하나의 이미지의 세계로 통합된다는 점이다. 이미지의 세계란 이성과 감성과 본능과 직감의 융합형태로서의 느낌의 세계이다. 느낌의 이미지화는 브레히트Brecht적 이성과 아르또Artaud적 감성의 세계가 혼합되는 지점에 대한 탐구이다. 메세지는 느낌의 체계적 발현으로부터 비롯되는 이해의 양식이다. 우리는 소위 감정적 변이의 표출화를 핵심적인 관통선through line으로 대체하려는 자연주의적 접근에 빠져 있다. 그래서 자연발생적 몰입의 가치를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으며 연극의 제1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극의 주된 메세지는 각 행위자의 독자적 이미지이다. 공통된 사상적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데몬스트레이션이 아닌 철저한 개인적 느낌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더욱 자유롭고 다양하다. 공통의 억압된 규범이 없으며 단지 자기만의 약속의 시간이 존재할 따름이다. 공간의 무한한 확장과 신축적 움직임이 가능하며 공간의 이동 분할 교환이 보다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의 자유로운 활용을 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극의 이미지적 접근이 가능하며 이미지로부터 메세지로의 방향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제까지­우리연극 1, 2, 3호를 통하여­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극의 기본적인 전제사항들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연극은 분명 말로써 이루어지는 이론의 매체가 아니다. 공연과 공연되어진 사건을 통하여 정제되어진 행위의 매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장황하고 불분명한 나의 글이 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혼란케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극의 기본적 전제는 구체적 실천행위로 나아가는데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토대로서 작용할 것이다. 이제 나는 앞으로 실제적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연극의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하여 언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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