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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예술

연극 혹은 영화를 보는 세 개의 눈

by Park, Hongjin 2009. 10. 3.

연극 혹은 영화를 보는 세 개의 눈

박 홍 진

첫 번째 눈 - 오락성

''들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만하지 않은 작품은 관객의 집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일단 관객이 끝까지 집중하고 보지 않는다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해진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관객이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데 그럴려면 끊임없이 관객의 귀와 눈을 자극해야 한다. 소위 ''5분 간격으로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의 관객은 아무런 자극없이 5분 이상을 참지 못한다는 말로 이러한 예의 범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현재의 관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수한 정보를 입력하고 입력받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작품의 주제 만으로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없고 작품의 주제에 수반하는 오락적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작품의 오락적 요소를 규정짓는 ''들을거리''와 ''볼거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들을거리''란 함축적인 대사와 적절한 음악과 음향 효과의 사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것이 진리다라는 말처럼 함축적인 대사를 통해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 보여 주는 대신 쓸데없이 잡소리만 늘어놓는다거나 귀에 거슬리는 음향, 어울리지 않는 음악의 사용으로 귀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중도에 관극을 포기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두 번째 눈 - 새로움

창조는 파괴의 역사에 다름아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잘된 것을 파괴하라는 말은 아니다. 기존의 낡고 통속적인 표현을 파괴하라는 말이다. 그로부터 새로운 것이 나온다. 흔히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새로움은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무엇을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같은 소재라도 새로워 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어떤 시각으로 현상을 볼 것인가에 따라 새로움의 질적 농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움의 농도가 짙으면 짙을수록 그만큼 관객은 새로움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며 그 말은 곧 관객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은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첫 번째 눈과 세 번째 눈이 결여된 새로움은 여기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문법, 연극 혹은 영화의 ABC를 제대로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새로움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한 복습에 다름아니다.

세 번째 눈 - 진실성

진실성이란 곧 리얼리티(reality), 극적으로 창조된 허구적 실재의 현실화를 뜻한다. 다큐멘터리를 제외한 모든 극작품은 허구의 산물이다. 허구를 통해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허구가 하나의 사실로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바로 현실화이다. 허구가 현실의 모습을 담고 있을 때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 그 자체가 된다. 마찬가지로 꿈이나 상상 같은 표현도 그것이 현실화 될 때 진실이 될 수 있다. 현실화의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소재, 핵심 사상, 캐릭터, 테크놀로지 등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일관된 흐름, 즉 관통선(through line)을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로렉스 시계 내부의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시계침을 작동시키기 위한 동일한 목표를 위해 운동하듯이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이 하나의 관통선을 만들어 낼 때 진실의 힘이 생기는 것이다. 관통선은 나누지 않는 것이다. 둘을 하나로 동질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몰개성을 뜻하는게 아니다. 무차별을 뜻하는 것이다. 본질적 접근을 통해 구조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유기적 관통선에 의해 여러 요소들을 하나로 꿰맬 때 허구를 넘어 극적 현실이 창조되며 극적 현실은 진실의 힘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웃고 울리는 신파적 요소가 감동으로 둔갑하여 회자되고 있다. 예술가 조차 그러한 믿음에 동화되어가고 있다. 이상한 망령들이 그러한 믿음을 더욱 부추긴다. 우리는 다시한번 원론을 탐험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파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락성, 새로움, 그리고 진실성이 하나로 융합되 만들어진 새로운 미학의 발견, 그로부터 비롯되는 깨달음, 그게 바로 감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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