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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예술

관객론

by Park, Hongjin 2009. 11. 16.

우리는 새로운 관객론을 써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솔직히 이제까지는 '관객론'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겠지만...

현 시대의 관객 트렌드를 새롭게 읽지 않으면 안된다.

전문가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공연물에 대해 일반 관객들은 환호하고 일반 관객들이 지루해 하는 공연물에 전문가가 찬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그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작들은 예외로 한다 하더라도 두 집단 사이에는 분명 느낌의 간극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 사이에서, 일반 관객들 서로의 사이에서조차 그런 간극이 있다. 도대체 그런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물론 하나의 공연물에서 느끼는 '감동'을 서로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주관적 관점에 달려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해답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계층적 의식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사실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에 있어서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일반인들도 전문가 못지 않은 분석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꽤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관람 후 느끼는 감동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전문가의 경우 공연의 전체적인 맥락뿐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세세한 관찰, 그에 따른 공연의 양식적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작품이 주는 메세지(주제전달)와 스토리를 중요시 여긴다. 솔직히 극에 대한 교육이나 학습이 되어 있지 않은 그냥 평범한 일반 사람들에게 극적 기호나 상징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골치 아픈 사유보다는 그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가 제격일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업무, 혹은 학업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예술은 일종의 해방의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마저도 깊은 사유를 해야 한다면 단순한 오락을 기대한 관객에겐 여간 곤혼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일반 관객은 애당초 공연 관람시 사유를 포기하는 경향이 짙다. 

언제부터인가 관객들은 두 가지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수입 라이센스 공연의 거대 자본에 의한 공연의 규모와 흐름에 익숙해진 부류들, 다른 하나는 연극을 오락으로 보는 부류들. 그래서 현재는 실험이란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뿐더러 실험 자체를 친절하게 설명해야만 한다. 예술가의 실험에 동조하고 관심을 갖고 실험의 핵심을 파악하려는 관객은 이제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객의 경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층적 의식의 변화에 깊게 영향받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 속한 계층의 특성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 이러한 점은 단지 관객의 취향이 아니라 예술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관객을 분석하는 일은 사회학적,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공연장에 관객의 발길을 옮기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하다. 작가, 연출가, 배우, 스탭, 제작사, 기획사 등등 무엇하나 관객에게 의심을 주어서는 안된다. 한 편의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 요소들이 믿음의 존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관객의 믿음을 저버리고서 관객의 부재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관객들이 공연되는 작품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질때 비로서 하나의 공연물은 완성되는 것이다. 현 시점, 관객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게 바로 관객론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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