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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예술

가상현실주의(Virtual Realism)

by Park, Hongjin 2010. 4. 29.
최근 영화 <아바타>의 성공으로 3d와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삼성, LG, 소니같은 대기업은 발빠르게 3d tv를 벌써 양산해 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는 3d(입체영상) 수준이지만 차츰 가상현실 분야로 발전해 나갈 것이 틀림없다. 

내가 2000년도에 가상현실연극과 가상현실극장이란 개념을 설파 했을때만해도 사람들은 미심쩍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거나 언제 그런게 이뤄질지 막막하다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기술력에 집중되어 있는듯 하다. 평면을 벗어나 입체로 그리고 더 나아가 실제 체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건 물론 기술력이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상현실의 철학이다.

가상현실주의(Virtual Realism)에 대한 개념 정립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감을 잡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벌써 감을 잡았을 것이다. 개념 정립이 선행되지 않은 기술은 인간을 파괴할 수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현실은 인간의 오감을 이용해 인터랙션(상호작용)을 하며 그로부터 또다른 현실이 창조되는 것이기에 철학적인 또는 윤리적인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가상현실규제법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자, 좀 더 쉽게 얘기해보자. 예를 들어 가상현실섹스가 가능하다고 치자. 실제 현실에서 섹스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누구든지 가상현실을 통해 원하는 이성과 아무때나 섹스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번거로운 연애과정을 거치지 않고 혹은 연애 과정 자체도 가상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망가진 장기를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이 영생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인류는 더이상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를 이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점과 논쟁거리들이 대두될 것이다.

예술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주의 예술은 허구인가, 혹은 또다른 실제인가 하는 물음 등등 기존의 예술 작업과는 확연하게 다른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하고자 하는 가상현실연극(공연)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 개념을 정립하는 일인 것이다. <아바타>로 촉발된 이 분야의 관심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고 돈을 벌기위해 기업들이 벌이는 성급한 기술 개발과 경쟁은 득이 아니라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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