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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예술

창작 뮤지컬의 과제

by Park, Hongjin 2009. 12. 6.
우리 보다는 비교적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서구의 오리지널 라이센스 뮤지컬 공연들은 대부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런데 흔히 얘기하듯 대규모 자본의 투입이라는 이유만으로 서구 뮤지컬의 높은 완성도를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태생적인 장점, 즉 탈춤이나 풍물 공연을 서구에서 우리 만큼 깊이 있게 소화해 낼 수 없듯 서구 문명을 기초로 탄생한 뮤지컬은 당연히 그들만의 태생적 장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작가와 음악가, 안무가, 배우 등의 층이 두껍고 무대 기술과 극장 또한 각 뮤지컬 공연에 특화되어 있다. 작품의 내용면에 있어서도 레미제라블이나 오페라의 유령같은 서사가 뛰어난 작품에서부터 가벼운 코믹물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2년 드라마센터에서 유치진 연출로 막을 올린 <포기와 베스>를 최초의 뮤지컬 공연으로 본다면 고작 47년 정도의 역사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뮤지컬 제작이 하나의 경제적 상품으로, 브랜드로 산업화되면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만큼 창작 뮤지컬의 발전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거의 서구 뮤지컬의 수입-이것은 하나의 무역인데-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즉 공연의 외형적인 면과 무역은 비대해 졌지만 그에 비례해 공연의 질적 향상과 창작 뮤지컬의 개발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최근 창작 뮤지컬이 점점 활성화 되고는 있지만 빈곤한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양적 팽창이 언젠가는 질적 팽창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아직까지 창작 뮤지컬의 한계는 뚜렷해 보인다.

한국 뮤지컬이 발전하기 위해선 먼저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를 발굴하여 육성해서 전문화 시켜야 한다. 보다 많은 창작 뮤지컬 등용문이 생겨나야 하며 지원도 늘려서 뮤지컬 작가의 전문적인 작품이 창작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능이 엿보이는 젊은 예술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여야 한다. 또한 연출가와 안무가도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뮤지컬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노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음악이 연기, 그리고 춤과 함께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유기적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최근 뮤지컬 공연을 보면 무대나 조명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배우들의 역량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훌륭한 기술과 재능있는 배우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 뮤지컬의 발전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좋은 장점들을 총체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좋은 작품과 연출가, 그리고 음악과 안무가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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