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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예술

미드의 힘

by Park, Hongjin 2009. 11. 9.

요즘 미드가 상당히 인기가 있나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드 한 두편 정도 보지 않은 사람들은 대화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이니... 사실 미드가 요즘에 갑자기 급부상한 것은 아니다. 70, 80년대에도 수많은 미드가 안방극장을 독차지 했었다.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원더우먼. 육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V(2009년도에 새롭게 리메이크되어 방송되고 있다), 맥가이버, 전격 Z작전 등등. 그 당시 미드를 시청하기 위해 TV 앞에 꼼짝 않고 앉아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최근에 미드 열풍이 다시 불면서 지난해 부터 몇 편을 접하게 됐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24시, 로스트, 히어로즈, 그리고 최근에는 플래쉬 포워드. 24시는 24시간 일어나는 일을 1시간 단위로 에피소드를 나눠 진행되는 드라마로 CTU라는 대테러 본부의 활약상을 그린 테러 드라마이고, 로스트는 정체불명의 섬에 추락한 비행기 생존자들이 겪게 되는 신비스런 경험(우리나라 배우 김윤진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한), 그리고 히어로즈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이들 미드의 공통점은 한번 보게 되면 빠져 들 수 밖에 없는 치밀한 드마마적 구조와 기발한 상상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드라마의 규모가 웬만한 영화 빰치고 그만큼 드라마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지만 사실 드라마의 완성도 면에서 미드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엉성한 플롯과 당위성 없는 전개, 서투른 연기, 이런 것들이 자주 눈에 띄니 말이다. 
어찌됐건 가장 최근에 보고 있는 플래쉬 포워드의 경우 시즌 중이라 뭐라 단정지울 순 없지만 또 한 편의 최고의 미드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드라마의 발상이 기발하고 현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내가 늘 생각하고 있는 드라마의 오락성과 새로움과 진정성,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게 바로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미드의 힘이 아닐까. 단순한 권선징악적 내용이 아닌 현대 사회에 있어서의 철학적, 혹은 과학적 화두를 치밀한 플롯을 바탕으로 긴박하게 전개해 보여 주며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의 진지성을 배가시켜 준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이디어 뿐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스케일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드를 따라잡기는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 소재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우리나라 드라마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이디어의 참신성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 좋은 소재는 때로는 모든 취약성을 커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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