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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책

천국까지 100마일

by Park, Hongjin 2009. 10. 15.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바로 오늘 우리의 얘기다. 누가 어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누가 중년의 망가진 꿈에 대해 슬퍼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하는 것은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신파조의 최루성 눈물이 아니라 우리들 일상의 따뜻한 정서를 통해 삶의 슬픔과 기쁨을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지만 삶의 진리를 보여 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 일본 작품이지만 흔히 얘기하는 왜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보편적인 주제라서 그런지 쉽게 공감이 간다.

-.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과정이 좀 더 지난하게 보였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럴려면 주인공 기도로코의 의지와 상황이 좀 더 극명하게 대비되어 드러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병원까지 가는 여정이 조금 쉬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렵게 어렵게 어머니를 모시고 간다는 상황 설정이 부여되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 빛나는 조연들의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삶의 진정성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과장되지 않은 일상의 수수한 모습으로 인간적 깊이를 만들어내는게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중년의 의미를 생각해 봤다.
그것은 곧 '꿈'에 관한 사색이 되었다.
'젊음'과 '늙음'의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규정짓기 위해 근사한 답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제시하는 시간! 하지만 출세지상주의와 끊임없이 순종을 강요당하는 현실의 고단한 삶 속에서 마음 속 깊이 고이 간직해 온 '꿈'을 폐기처분해야만 하는 비극의 순간은 아닐까?
'꿈'을 가진 사람들이 적응할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죽은 사회는 사람들에게 그릇된 꿈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 그릇된 꿈을 이루려는 순간 사형을 언도한다.
이제 다시한번 중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곧 '꿈'에 관한 실천이다.
서로간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작은 희생을 통해 거룩한 사랑의 정신이 실현되는 순간,
가슴 속 뜨겁게 끓어 오르던 붉은 꿈, 한없이 순수했던 푸른 꿈이
어둠 속에서 다시 깨어나 새로운 생명을 꿈꾸게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 아닐까.

<천국까지 100마일> 아사다 지로 작, 이선희 번역, 바움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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