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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예술

☆ 별 점, 매겨야 하나?

by Park, Hongjin 2011. 2. 15.

오랜 기간 창작의 고통 끝에 내놓은 작품들이 고작 별 몇개로 평가되어 지는 현실이 참으로 비애감을 느끼게 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진 못하겠지만 어느날부터 너도 나도 영화나 공연, 책까지 별점을 매기기 시작했다. 처음 별점 제도를 생각해낸 사람은 아마도 뛰어난 아이디어 제출자로 평가되어 득의양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 사람은 지극히 장난스러울 뿐이다.
물론 창작품 중에는 아무리 애를 썼다 해도 허접한 작품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허접한 작품을 구구절절 평한다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별 몇개로 수치화하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다른다. 아무리 허접한 작품일지라도 별 몇개로 평가되어져선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창작자의 작품에 메스를 들이댄다. 그런데 그 메스는 날카롭긴 커녕 너무나 무디고 투박하다. 그 무디고 투박한 메스에 창작품이 난도질을 당한다. 쪽수로 밀고 드니까, 너도 나도 그렇게 해버리니까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거꾸로 거기에 맞춰가려고 애를 써야 하고 문제의식은 사라지고 불합리가 당연시된다.

솔직히 난 의아하다. 어떻게 작품에 대한 평을 별 몇개로 매길 수 있을까? 어째서 별은 다 짠 것 마냥 다섯개일까? 여섯개도 아니고 일곱개도 아니고 후후 정말 웃기지 않은가? 이상한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우리 문화의식의 현주소니까.

자! 어떤 사람이 영화를 한 편 봤다. 근데 정말 재미없게 봤다.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을거라고 같이 데리고 간 여자친구, 혹은 남자 친구가 영화 상영 내내 옆에서 조는 걸 보고 분한 마음이 배가 된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영화평을 잘 보고 오는건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영화사이트에 접속해서 오늘 본 영화의 별점을 확인해본다. 별 한개 반. 그럼 그렇지! 에라, 난 별 한개반도 아깝다. 별 반개. 

좋은가? 이래서 별점은 중요한가? 별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창작품에 대한 관객의 만족감을 제대로 표현해 주고 있는가? 아무도 별 이의없이 여러 사이트에서 만들어 논 별 모양의 평점을 당연시 여기고 거기에 주저없이 클릭을 해대고 별의 개수가 작품의 질을 결정한다고 신뢰한다. 

영화나 공연이 재미없었다면, 그래서 그 영화나 공연을 권하고 싶지 않다면 별 반개 대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 예술은 절대적으로 상대적인 장르다. 즉, 당신이 재미없었더라도 다른 사람은 재미있을 수 있고, 대다수가 재미없었더라도 소수는 재미있게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의 생각을 별 몇개로 수치화하지 마라. 별 점을 매기는 것은 리뷰를 흑백논리로 끌고 가는 것이다. 의견을 피력하게 되면 그 의견에 여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만 별 점이라는 것은 모는 모, 도는 도가 되게 하는 것이다. 

외국 사이트들을 돌아다녀봤다. 과연 외국도 별점을 주고 있는지...
한 번 찾아봐라. 외국의 공연사이트나 영화사이트에서 별 점이란 걸 찾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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