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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시

사랑

by Park, Hongjin 2009. 9. 30.
사랑Ⅰ

열 여덟 시간 고된 노동을 끝낸 후
까맣게 때 낀 손톱이 보기 싫어서
깨어 물고 뱉고를 한참 했다.

늘상 그렇듯 부지런한 삶들이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데
오늘 유난히 그 모습에 의지하며 되뇌인다.

"사랑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사랑을 알지 못하나니..."

알지 못하게 흘러 내리는 코피도
기다림에 지친 인생들의 연극도
주제없는 생각의 블랙홀도
그리고 잠이 밀려드는 지금 이 순간도

사랑하리라.



사랑Ⅱ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당신이 보입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침묵 속에서도
당신의 속삭임이 들립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봅니다.

당신의 모습은 더욱 증폭되고
당신의 속삭임은 더욱 울려 퍼집니다.

아마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 봅니다.

당신은 마음의 그림자
당신은 외로움입니다.


사랑Ⅲ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각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사랑하라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심장이 열리지 않는다면
꿈 속에 아름다운 사랑의 판타지를 불러오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잠들때까지 사랑의 주문을 외워라
아니면 이승철의 노래 '사랑해'를 들어라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면
잠들지 말고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라

머리가 나빠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우뇌를 가볍게 때려라

몸이 약해 머리가 아프다면
기억 대신 망각의 길을 선택하라

망설임 때문에 선택하지 못한다면
회색분자가 되어라

혹 기억력이 좋다면
1에서 4행을 대사외우듯 반복해서 외워라
그러면 사랑을 연기하는 명배우가 될 것이다

만약 망각의 길을 선택한다면
후회가 그림자처럼 너의 뒤를 따라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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