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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시

비온 후

by Park, Hongjin 2009. 9. 30.
어제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흐린 하늘에 편지라도 써볼까 했는데
자꾸 노래 가사가 떠올라 그만두고
착잡하고 허망한 심정에 멍하니 하루를 소일했다.
물론 술도 마셨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면 좀 더 더워지겠지.
하늘이 정말 어둡다.
검은 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데...

다들 잘 모르겠지만 어제 저녁 아주 미미한 지진이 있었다.
그래서 모든게 어제와 똑같지 않은 것이다.
지금 주위를 잘 살펴봐라.
어제와 똑같은 게 있는지...
있다구?
그럼 당신의 눈이 어제와 똑같지 않은 거지.

어제보다 약간 더 비스듬하게 서있는 전봇대 위에
빗방울이 맺혀 흘러 내린다.
아마도 그 빗물을 따라 가다보면 생각의 끝에 다다르겠지.
그리고 정체불명의 기운과 만나겠지.
그건 눈물일까?
곧 기화될 액체에 다름아닐까?
어쩌면 몽상일까?  

곧 비가 멈출것 같다.
아니 멈췄다.
지나가는 비였던게지.
가슴에 비수처럼 내리더니
이제 또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어두운 하늘에 걸맞지도 않게 참으로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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