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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여행

외국인과 함께 가 본 인사동

by Park, Hongjin 2009. 10. 2.
외국인 여행자가 서울의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나는 선뜻 인사동을 추천한다.
"그곳이 어떤 곳인가?"
"인사동?"
"뭐랄까... 한국의 전통 거리(?)..." 순간 나는 언제부터인가 현대적인 쇼핑 거리로 변모해 있는 인사동의 현재 모습을 떠올린다. 실은 전통적인 거리와는 사뭇 다르지 않던가. 전통적인 거리라기 보단 전통적인 물건들을 파는 쇼핑 거리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쨋든 외국인과 함께 가볼만한 곳 중 인사동만한 곳도 별로 없다. 인사동을 거쳐 북촌으로 향한다는 계획으로 기분좋게 출발한다. 

외국인과 함께 인사동에 도착했다.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많은 인파, 거리 곳곳의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보려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뒤섞여 매우 활기차 보인다. 깃발을 앞세운 단체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 일본과 중국에서 온 단체관광객들로 보인다. 깃발을 따라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모습이 꽤나 풍경스럽다. 어떤 때는 사람 구경이 더 재미있다.

사람 구경, 골목 구경, 가게 구경... 한 시간 남짓 인사동을 둘러본다. 하지만 실상 볼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안국동과 종로를 잇는 인사동 거리의 한복판은 공사중이다. 불상사납다. 몇년 전에도 큰 공사를 한 것으로 아는데, 올때마다 공사중이라니!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변했으니 거리도 변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거리도 바껴야 하는가?

얼른 북촌으로 가는게 낫겠다 싶어 계동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북촌 가는 길에 학교가 많아서 그런지 교복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다. 옛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도 있다. 전체적으로 인사동 보다는 훨씬 한적하고 고풍스럽다. 하지만 역시나 이곳도 전통의 거리라고 하기엔 한참 역부족이다. 그저 전통스러워 보이려고 할 뿐이다. 결국 남산 한옥마을이나 민속촌에 가봐야 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굳이 전통적인 거리를 찾아다닐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리의 모습도 달라져 가는게 아닌가. 물론 외국인 여행자들의 입장으론 한국의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맛보고 싶을 것이지만 한국이란 나라가 관광의 나라도 아니고 지금처럼 민속촌이나 한옥마을 같은 곳에 전통은 유폐시키고 볼 사람은 가서 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많이 아쉽다.

북촌에서 다시 인사동으로 내려오며 이런 얘기를 했다.
시멘트 바닥, 현대적으로 리모델링 된 상점들, 결코 싸지 않은 물건들로 가득차 있지만 그래도 인사동은 재미있다. 왜냐하면 이만한 곳도 없으니까. 좋은 옛날 그림이나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있고 맛있는 차를 마실 수도 있으며 가끔은 전통 공연도 접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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