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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희곡집 '격리' 출간

by Park, Hongjin 2023. 10. 11.

판에서 연극을 안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되어 간다. 그래서인지 어떨 땐 희곡을 뭣 하러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레제드라마(Lesedrama)도 아니고... 특히 요즘의 나는 암으로 몸이 매우 힘든 상태이다. 건강에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희곡집을 낸다는 것이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족함을 채우고, 상상하며, 창작해 가는 과정이 또, 요즘의 유일한 낙이요 희망이다. 그래서 계속 끄적거리고 있나 보다.

이번 희곡집에 담은 작품들은 특정한 사회문제를 테마로 선택한 작품들이다. <팔달구 여성들의 현실><쿠르드에서 온 카톡>은 젠더 문제, <격리>는 팬데믹, <가스통 할배>는 이념 대립, <봉만이 형! 어딨어?>는 소외, <>은 경쟁 사회의 모습을 묘사하려고 한 작품이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은 자칫 소재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내용의 보편성을 잃지 않기 위해 특히 주의를 기울였고 내용에 적절한 극 형식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현대 연극에서 극작가의 사명은 관객을 즐겁게 하고, 영감을 주고, 도전하게 하고, 생각을 자극하는 극적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성찰과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 해야 한다. 참으로 도달하기 힘든 목표이다. 셰익스피어나 입센, 브레히트가 되지 않는 한...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말자. 양질 전환의 법칙이 있지 않은가.

의사가 CT 영상을 보고 암 진단을 내리듯 이 희곡집을 접하게 될 독자 또한 판정을 내릴 것이다. 그것은, 두렵지만 희망을 품게 된다. 미디어 범람의 시대에 마치 과거의 유물이라도 된 듯, 서점 한구석에 처박힌 희곡의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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