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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기&잡담

길거리에서

by Park, Hongjin 2020. 4. 4.

본문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미지입니다.

길거리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 한 명이 날 쫓아온다.

사실 학생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핏 봐서 20대 초반의...

 

"잠깐 시간 좀 있으세요?"

"예? 왜요?"

"얘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무-슨 얘기요?"

"저~어,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서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건 정말 대단한 인연예요. 시간 좀 내주세요."

 

아니 이게 웬 횡재(?)인가~~ 후후후...

 

"아, 그럼요. 시간 내드려야죠. 어디로 갈까요?"

"저희 공간으로 가실래요?"

 

저희 공간? 무슨 공간일까?

 

"그게 어딘데요?"

"여기서 가까워요."

"아...예... 뭐하는 곳인데요?"

"올바른 것에 대해 연구하는 곳입니다. 당신은 지금 변화의 기운 속에 있습니다. 뭔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계세요."

"신 뭐시기에서 나왔어요?"

"아뇨. 신 머시기 아녜요."

"그럼 대순~?"

"아뇨. 올바른 것에 대해 연구하는 곳예요."

"특이한 분이시네. 젊은 분이... 한참 놀러 다닐 나이신 것 같은데... 아 그러지말고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죠. 제가 살게요."

"그럼 제가 제안을 할게요. 저희 공간에 먼저 가셔서 얘기를 들어보시고요. 그런 다음 술 한 잔 해요."

 

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웬 묘령의 아가씨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올바른 것 운운하면서 아저씨를 유혹하고 있으니 말야. 따라가? 혹은? 

안돼. 사실 지금 피곤하다. 오랜 시간동안 전철에서 서서 왔더니 다리도 좀 아프고 빨리 가서 쉬고 싶다. 유흥없소 삐끼인지도 모르잖아. 물론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근데 정말 찰거머리 같이 따라온다. 전철 역 앞에서부터 대략 500미터 정도 걸어 왔나? 그동안 이 아가씨는 우주, 인생, 운, 에너지, 인연 같은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면서 쉴 새없이 말을 걸어왔다. 거절하면 정말 무안해 질 것 같다. 갑자기 이 아가씨가 무서워진다.

 

"저 안되겠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집에서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혹시라도 와이프가 제가 아가씨 따라 간거 알게 되는 날이면 병원 신세 져야 되요."

 

물론 거짓말이다. 와이프가 어딨어? 혼자 사는 놈이...  

옆에 바짝 붙어서서 줄기차게 따라붙는 이 아가씨, 아니 여학생의 얼굴엔 필사적인 노력의 흔적인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이것도 치열함의 일종인가?

 

"잠깐이면 돼요. 아주 잠깐요. 아내되시는 분께서 오해하실 만한 일은 전혀 없을 거예요."

 

그래. 그럼 더 안되겠네. 이제 확실해졌다. 갈 필요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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