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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배우 트레이닝 - 이완에 대해서

by Park, Hongjin 2011. 6. 10.

배우 트레이닝은-물론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일반적으로 크게 네가지로 분류된다.

1. 신체훈련(physical training)

2. 대사훈련(diction training)

3. 연기훈련(acting training)

4. 지적훈련(intelligence training)

여기서 각 분류는 세부 훈련 방법으로 다시 나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연기훈련의 경우, 감성훈련, 이미지화, 즉흥연기 등으로 분류된다. 연극과나 극단, 배우 훈련 기관 등에서 이러한 혹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인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배우 트레이닝 과정에서 흔히 간과하게 되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일단 이번 글에선 신체훈련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신체훈련의 목표는 준비된 몸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준비된 몸이란 무엇인가? 건강하고 단련된 몸, 탄력이 넘치고 지구력이 강한 몸? 다 맞는 말이지만 '언제든지 무대 위에 자신을 적용 가능한 상태의 신체(神體)로 만드는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것은 스프링의 탄력과 오뚜기의 유연성과도 같은 물리적 신체의 가능성에 생각하는 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배우들은 공연 몇시간 전에나 대본을 보고도 바로 무대 위에 올라 프롬프터의 도움을 받으며 훌륭하게 연기를 해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의 몸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 그럼 준비된 몸-신체(神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이 물음의 해답은 이완(relaxation)의 비밀에 있다. 이완은 신체훈련의 출발점이자 끝맺음이다. 모든 신체훈련은 이완에서 시작해서 이완으로 끝난다. 그만큼 이완은 신체훈련의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그런데 이완의 작용에 대해 너무 피상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는데 그저 긴장을 풀고 몸에 힘을 빼는 것이 이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이완과 긴장이 상반되는 작용이라는 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완벽한 이완은 긴장과 동일한 몸의 현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완과 긴장은 상반되는 작용이 아니다. 진정한 이완 작용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사고의 중심을 이동하며 에너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인데 최종 도착지는 각 개인의 신체 구조에 따라 상이할 수 있지만 이처럼 몸 속 에너지의 흐름을 따르다보면 누구든지 마음의 이완 상태를 경험하게 되며 이것은 종교에서 말하는 것 같은 일종의 무념무상 같은 상태와도 같은 것이다. 이것이 이완의 핵심이다. 마음의 이완과 몸의 이완이 병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마음의 이완 없이는 절대 몸 또한 완벽한 이완 상태를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신체 훈련을 시작할 때 워밍업을 한다. 워밍업은 이완의 첫 번째 단계이다. 즉 워밍업은 몸을 따뜻하게 덥혀 주는 것이다. 워밍업을 통해 이제부터 강화 훈련을 한다는 것을 몸이 인식하게 해준다. 우리의 몸은 모든 외적 작용에 대해 스스로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워밍업이 생략되면 신체 구조에 물리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선수들이 본 운동 전에 워밍업을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워밍업은 체계적이면서도 철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배우 트레이닝 과정에서 이 워밍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적어도 워밍업은 온 몸에 땀이 흥건히 젖을 때까지 실시되어야 한다.

워밍업의 다음 단계는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한 집중이다. 몸의 각 부위에 집중함으로서 에너지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잡념을 떨쳐 버릴 수 있다. 워밍업이 이루어진 상태에서의 집중은 긴장과는 다른 개념이다. 집중과 긴장을 혼동해선 안된다. 여기서 집중은 핵심을 파고드는 것이고 긴장은 경직된 상태를 의미한다. 에너지의 흐름이 종착지에 다다를때 몸은 서서히 이완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통제 능력이 중요하다. 완벽한 이완 상태가 되면 잘못하면 의식을 잃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식을 유지하는 통제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어떠한 예기치 않은 현상에도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워밍업과 집중을 통해 서서히 이완의 상태에 들어서는, 이러한 과정을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훈련하게 되면 긍정적인 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되는데 이제야 배우 트레이닝의 기초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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