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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시

굿-바이

by Park, Hongjin 2010. 12. 14.

친구 케이는 항상 방독면을 쓰고 다닌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고

"당신은 피부로 호흡하십니까?
산소마스크가 필요하시다면 제가 하나 빌려드리지요."

가끔 친구는 방독면 대신 산소마스크를 쓰고서는
길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숨이 막히시지 않습니까?"

말이 짧아진다
sns,
걸그룹, 
스마트폰,

희망은 무엇을 상징함이냐
몸에 걸친 빨간 티셔츠의 감각이나
청바지의 우스꽝스런 꾸겨짐이
퇴색되어 버린
지금

섬짓 놀라 자빠져도
스스로 오늘을 추스리고
사그라드는 육신의 오후에 빛이 비추이면
모든 타락은 이제 제자리로 간다

그러나 친구 케이는 얼마전에 이세상과 굿-바이 했다
친구가 남긴 유품이라고는 즐겨 입던 빨간색 티셔츠,
꾸겨진 청바지, 그리고 방독면
산소마스크는 친구가 굿-바이 하기 얼마전
내게 빌려
주었던 것이다

산다는 것은 지독히 어려운 숨쉬기이다
이해하려는 자, 이해시키려는 자
모두
어려운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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