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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연극

그로토프스키의 불굴의 왕자

by Park, Hongjin 2009. 11. 26.

Grotowski의 <The Constant Prince>

1. 서 론

트랜지스터, T․V 영화의 출현과 매스콤의 발달에 의하여 연극의 영역이 침식되고 있는 현대에 연극의 본질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실험을 행하였던 Grotowski는 T․V나 영화처럼 테크닉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며 장치, 조명, 의상, 음악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난한 연극’을 주장하였다. 즉 연극이 가공예술의 종합이라는 추정을 거부하고 그 대신 외형적인 수식들을 모두 벗겨버린 형태의 연극을 주장했던 것이다.

1959년 폴란드의 Opole에서 창설된 그의 연극 실험실은 현대연극에 세속적인 의식을 재건하려고 의도된 것인데 그는 관객의 의식적인 방어력을 부셔뜨리기 위하여 신화로부터 이끌어낸 원형적인 이미지와 행동을 사용하며 이렇게 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의식적인 연극의 상연에 반응하고 참여하게 한다.(고승길, 현대연극의 이론, 대광출판사. 1985. P. 368)

그의 카톨릭적인 공연분위기는 그가 갖고 있는 철학 때문인데 Grotowski가 사용하는 상징성들은 카톨릭 정신을 찬양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즉 폴란드 낭만주의 전통으로 Grotowski는 시대적 고통과 도덕적인 파경에 대한 상징적 인식으로서 연극을 공연했고 그의 예술을 신성하게 바친 것이었으며 은총으로 인도하는, 계시록으로서의 연극을 이야기 했던 것이다. 그래서 연기자들을 ‘신성시하고’ 극장을 하나의 성당으로, 공연을 고백으로, 그리고 예술을 정신적(정치적) 구원으로 이끄는 자율 행동으로, 다시말해서 단합시키는 힘으로서의 ‘부름’으로 본 것이며 이런 점에서 그의 연극은 치료제이며 은연중에 정치적인 측면을 포함하는 반면 매우 종교적이었던 것이다.(마가렛 크로이든. 현대연극개론, 한마당. 1987. P. 174)

이하 그의 대표적 공연작품인 <The Constant Prince>의 실제 공연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연극미학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2 . 본 론 <The Constant Prince>

17C 스페인의 극작가 Calderon의 작품에 바탕을 둔 Slowacki의 <The Constant Prince>는 전통적인 비극적 영웅주의를 묘사한 작품으로서 Slowacki의 순교정신에 대한 낭만주의 정신을 Grotowski가 재정리한 것이었다.

「Towards a Poor Theatre」에 게제되어 있는 안내 서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막 장면에서 첫 번째 죄수는 그의 박해자들에게 협력한다. 그는 의식(ritual)의 침대에 누운채 먼저 상징적으로 거세를 당했다. 그런 후 유니폼을 입고 나서 “동지의 일원”이 된다. 그를 이상한 동물처럼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에게 두 번째 죄수-왕자-는 단지 수동성과 친절을 대치시켜 보다 높은 정신적 질서를 주목케 한다. 그는 그의 주위사람들이 벌이는 추악한 행위에 반대하려고도 하지 않으며 그들과 의논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왕자의 염두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왕자는 그들과 한패가 되기를 거부한다. 따라서 그들의 힘 안에 왕자를 붙들고 있어 보이는 왕자의 적들은 실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의 악행에 굴복하는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독립심과 순수성을 도취(ecstasy)의 지적까지 보존하는 것이다.

무대와 관객의 배치는 원형무대와 수술계단교실 사이의 어떤 것에 흡사하다.

왕자를 둘러싼 사람들-소외되고 특수한 사회-은 특별히 그들이 다른 유형의 인간에게 접근하는 때가 오면 항상 자기들이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데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듯이 보이며 자기의 판단에 자신을 가지고 있음을 보이기 위해 로마풍의 겉옷과 반바지, 장화를 착용하고 있다. 왕자는 꾸밈없는 순결함을 상징하듯이 흰 셔츠와 경우에 따라서는 수의(shroud)로 변할 수도 있는 붉은 코트를 입고 있다. 연극이 끝날 무렵 그는 벌거벗은 채 그 자신의 인간적인 아이덴터티(identity) 이외에는 방어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게 된다.

왕자에 대한 사회의 감정은 일률적으로 적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한 것은 오히려 일종의 매력과 결합된 위화감의 표현이며 따라서 이러한 결합은 그 자체 속에 폭력이나 숭배와 같은 극단적인 반작용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결과 모든 사람들은 이 순교자를 혼자 차지하려고 든다. 그래서 연극이 끝날 즈음에는 마치 귀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이 서로 그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주인공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모순과 대면하여 적의 뜻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한 번 행위가 끝나면 왕자를 고문으로 죽음에 이르게한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를 후회하고 그의 운명을 슬퍼한다. 맹금(bird of prey)이 변해서 산비둘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그는 박해받고 엄청난 굴욕을 받아 들인다. 그러나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 존재를 찬양하는 살아있는 찬송가가 된다. 왕자의 도취는 마치 사람의 행위처럼 진실에 몸을 던짐으로써만 견딜 수 있는 고난이다.(루드비크 플라센. 불굴의 왕자. 고승길 역<가난한 연극> . 교보. 1987. P. 104~105)

Grotowski는 공연을 위해 흰셔츠, 붉은 장막 그리고 검정색 장화들을 지시했다. 관객들은 전면에 세워진 벽 뒤에서 투우장의 관람객 같이 개방된 연극공간을 내려다보게 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별로 없었고 반 나체의 남자가 ‘수술대’위에 누워있고 두 대의 조명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세남자와 한 여자에 의해 진찰받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복장이나 태도는 권위를 나타내주고 있으며 이중에 한 남자는 왕관을 쓰고 있다. 잠시 후 반나의 남자가 정관수술을 받고, 자기를 ‘수술한’ 사람과 닮은 복장을 입게 된다. 다른 사람, 즉 앞이 열린 흰셔츠와 빨간 케이프를 두른 왕자가 실려들어 온다. 그 또한 진찰받고 고문당하고 모욕과 냉대를 받게 되는데 그는 항복하기를 거부하고 결국 사형에 처해진다. 끝에 그는 거의 나체가 된 상태에서 빨간 장막으로 덮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카톨릭 미사에 소요되는 시간, 즉 45~50분 정도 걸린다.

Grotowski의 왕자는 고문받는 폴란드를 상징하며 카톨릭 순교의 축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왕자는 성직을 요청하며 영적이며 정치적 변신을 위한 필수조건으로서 죽음과 고통에 자신을 과학적으로 내맡긴다. Grotowski의 태도는 애매하다. 그가 왕자를 조롱하는 것인지, 신성화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마가렛 크로이든. 앞의 책. P. 180)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같이 Grotowski의 <The Constant Prince>는 한 개인이 순수한 감정을 절제하며 표출하는 실험극의 경지를 예증한 것이었다. 주역을 맡았던 Cieslak은 철저한 희생에 순종할 태세를 갖춘, 적나라하게 ‘벗겨버린 영혼’ 그 자체가 되었던 것이며 그의 연기는 Grotowski의 연기이론 및 형이상학의 은유였던 것이다.(Ibid, P. 181)

다시 말해서, 자비를 얻는다는 것과 예술에서의 ‘성스러움’을 얻기 위해 연기자는 모름지기 사회적인 가면을 벗고 ‘자신’을 노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에서 그는 그의 ‘사람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며 연기자는 연기를 하거나 모방 또는 가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는 공중석상에서 고백하는 행위 속에 있는 자신인 것이다.

3. 결 론

Grotowski는 예술이란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고 자기를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연극은 자기자신의 진실과의 부딪침, 인생의 가면을 벗겨버리는 도발의 장이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연극이 자기 자신에게 도전을 가할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그들의 상투적인 비젼(Vision)과 감정, 판단을 파과해줌으로써 도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점은 곧 금기에 대한 반항이며 초월행위인 것이었다.


☞ 참고문헌 ☜

Grotowski Jerzy, Towards a Poor Theatre, Barba ed. Methuen & Co Ltd
그로토프스키, 예지, 가난한 연극, 고승길 역. 교보문고 1987.
크로이든, 마가렛. 현대연극개론, 송혜숙 역. 한마당 1987.
고승길 편역, 현대연극의 이론, 대광출파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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