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라, 내 피.
내 속에 흐르는 피, 내 발에 흐르는 피.
받아라, 먹고 자라라.
내 육체의 모든 피를 빨아 들여라.
자, 받아라.
모든 내 생명, 피, 피, 피.
두개골 사이로 흐르는 피, 정맥 동맥 할 것없이 전신에 흐르는 피를 받아라.
이건 시극이 아니다.
바로 지금 이 현실 위에서 날 주시하고 있는 당신과 당신들을 앞에 두고 있는 나와
조금은 과장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제스츄어로서
아주 평범한 어찌보면 안일한 패러독스로서
시험삼아 나와 당신, 그리고 그 이상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벽을 깨뜨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난 지금 연극을 한다기 보다는 존재하고 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단지 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노랑색, 파랑 색, 빨강 색 페인트 3통
물들은 고무 풍선
아이들의 모래주머니
그리고 육체
이만하면 충분한 준비가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공간은 폐쇄되었다. 비상구도 폐쇄되었다.
그 외의 다른 어떤 탈출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 앞에 가로 놓인 사면 벽(혹은 그 이상이나 그 이하일지도)만이 유일한 출구이다.
xxxx년 x월 x일 x시 x분 xx라고 명명되어진 생존터.
돼지 머리고기, 찰떡, 토마토 케첩, 엿
사실은 이러이러하다.
대식가의 시종드는 노예 수첩에 적힌 메뉴
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진실이 도출된다.
머리고기, 찰떡, 케첩, 엿... 더 많겠지만 생략
먹고 쌀찌운다.
어느 한 면의 벽을 선정한다.
벽 앞에 선다.
예비동작으로 목청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다가서서 외친다.
벽을 터라, 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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