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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산문

변신(變身)

by Park, Hongjin 2009. 11. 15.

음악적 성질, 그 변죽의 리듬에 종말을 고하다!

變 身

나’ 가 나에게

양아, 이제 객석에 앉아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며 살 수 있단다. 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조명이 들어 올 것이다!

그러나 이 짧디짧은 순간의 어둠과 적막 속에서, 아득히 먼 옛날 얘기로 스러져 갈 사람들의 속삭임을 들려주마.

항상 삶의 무대 위에는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젖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처럼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너는 왜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느냐? 친한 이의 죽음 앞에서도 아무런 미동없이 밝은 빛을 발하던 너의 두 눈이 아니었더냐!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양아, 지금 너는 어둠과 적막속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너는 아직 아무 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단다. 내 앞에서 어줍쟎은 눈물흉내는 내지 말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랑이... 제발 웃지말기를! 너는 지금 중대한 약속의 시간속에 존재하고 있는 거란다. 너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이해와 양보의 시간이 아니라 심장을 도려내야만 하는 결단의 시간이란다.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희열을, 때로는 멈추지 않는 추락의 고통과 괴로움을 아무런 사전동의 없이 넌지시... 괴로워 하고 있구나. 네가 그토록 괴로워 하는 것을 보니 인간으로서의 너의 참모습을 보는 듯 하구나. 그렇지만 너의 괴로움이 너의 나약함이 아닌가 의심스러워 걱정이 되는 구나. 나약함은 병든 자의 예술이다. 어서 창문 밖으로 뛰쳐 나가라. 창문은 열려 있지 않느냐! 그래, 너는 아직도 그자리에 있구나. 건강한 예술이 너의 목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수 있겠니? 나는 너를 믿는다.

그런데 그것은 그렇게 쉽지 않단다. 수많은 땀과 눈물과 온갖 미사여구의 전력투구만이 가까스로 얻음의 진리속으로... 아름다운 꽃을 땄구나? 그 향기와 시각적 즐거움만으로는 버거워 아주 손쉬운 방법을 택했구나. 힘없는, 그러나 그도 생명이 있는 것을 너는 왜 그리 망각의 길로 빠져 드느냐! 불쌍하고 가련한 어느 시인의 염원처럼 순수를 지키며 살아 갈 용기가 없더냐? 용기있는 자만이 죽음이라는 불청객 앞에서 한없이 떳떳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거란다. 죽음이 언제까지나 너에게 소원한 것은 아니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위대한 꿈을 꾼단다. 자기 꿈의 모습에 도취되서 마약과 향료로 몸을 부상시키고 향연, 잔치, 축제의 고조속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술의 의식, 사라진 고귀한 몸의 신비대신에 비틀거리다 쓰러진단다. 터질것 같은 강박관념속에 스스로가 잠에 취해 쫓기기도 하고 하늘로 승천하는 연기사이로 손을 뻗쳐 보기도 한단다. 그러나 이끼낀 바위나 오래된 무명의 무덤, 비석은 이렇게 소리친단다. 잠을 깨라! 어렵게 어렵게 야산에 올라 섰구나. 그리고는 멀리 펼쳐진 꿈을 바라 보는 구나. 평야위의 샛노랑만큼이나 너의 포부니 야망이니 하는 따위의 슬픔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지? 그렇지만 어리석게도 발을 헛디뎌 밑으로 굴러 떨어지다가 겨우 나무뿌리를 잡고는 ‘꿈이여, 나의 꿈이여!’ 하며 외쳐대고 있구나. 누구나 가끔은 산에 오르고 꿈을 바라보다가 주체할 수 없이 슬퍼지지. 그게 잘못은 아니란다. 단지 후회, 고백, 반성, 성찰의 역사는 산에 오르지 말 것을 가르친단다. 역사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꼭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하는 거란다.

꿈속에서나 상상속에서나 침묵의 신을 떨칠 수는 없는 거란다. 그래서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침묵 속에 드리운단다. 심연을 거닐다 빛에 다다르면... 사모하는 마음으로 소리를 날리고 있구나.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흐르고, 통곡소리가 대기에 가득 차 오르니. 제발 양아, 너의 몸의 흔들림이 점점 더해 가기 전에 침묵속으로 걸음을 옮겨라. 아우성치고 발버둥치는 네 살과 피를 제압하거라. 네 살과 피는 육신의 어머니인 것이다.

시간이 다 됐구나. 늘 시간은 빠르게도 흐르지. 더더구나 너와 함께라면 더욱더... 그래도 너는 65초 동안 한 여자와 같이 살고 있었단다. 그런 행복은 쉽지 않은 거란다. 그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이란다.

자! 나는 그만 사라지련다. 조명이 들어 올 시간이니까... 아니 너는 또 무대위에 올라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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