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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글/시22

치열함의 제 삼부 치열함의 제 일부는 눈물이다 승천하는 독연 사이로 흘리고 흘린 눈물들 고래고래 소리쳐 내 속의 검은 폐 뱉어지고 흘려야할 눈물들. 치열함의 제 이부는 땀방울이다 작열하는 살인의 태양아래 바쳐진 땀방울들 시퍼렇게 달아올라 거친 살갗 위에 미끄러지고 떨어져야 할 땀방울들. 치열함의 제 삼부는 詩다 노트 위에 표류하는 병든 활자들 二千 중 三十 토해내고 말라 비틀어져 불려야할 노래들. 2009. 9. 29.
벽에 옷을 걸다 벽에 걸려 있는 낡은 옷 한 벌 우중충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몇 년 전 길거리 보도 블럭 위에서 외롭게 주인을 기다리던 구김살 없는 모양새에 주저없이 몸에 걸치고 다녔다 하도 예뻐서 매일 매일 사랑했다 시간은 우리 모두를 병들게 하고 주름지게 하고 사랑대신 미움이 일상적인 감정이 되고 하루 이틀 벽에 걸려 있는 날이 늘어났다 둘둘 말아서 쓰레기 봉지에 담아 두었다가 다시 꺼내서 쓸데없이 다림질도 해보고 해진 곳 꿰매기도 하고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결국은 다시 쓰레기 봉지에 담아두었다 켕기는 마음에 밤새도록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스르르 시작되었다가 부스럭 거리기를 꽤 오랜 시간 동안하더니 얌전히 적응한다 냄새... 쓰레기 봉지를 열고 옷 한 벌을 꺼내 벽에 건다 아무 말 없이 늘 거기 걸려 있다. 2009. 9. 29.